▒▒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이글은 생전에 전북지역 노동열사 추모자료집 등을 발간하며 노동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 활동을 펼쳤던 당시 조문익 동지가 “노동과 세상을 사랑한 사람들, 영원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추모자료집에 남긴 글입니다.
<참소리>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추모의 뜻을 기리기 위해 고 조문익 민주노동 열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고 받습니다. <편집자>

전북지역 노동열사 추모자료집 편집자 후기

박복실, 최순희, 박용규, 김희철!

네분 동지들의 지난 세월들을 어렴풋이나마 훑으며 나는 참으로 많이 아팠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그분들과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그러나 다시 추스르고 전진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한국사회 내에 우뚝선 민주노조들의 연대조직, 민주노총이 제대로 서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네분의 열사는 자신들을 바쳐 민주노조의 씨앗들을 만들어냈다. 네분과 함께 한 동료들은 온 몸을 바쳐 힘있는 민주노조운동을 추진해냈다.

그러나, 네분의 열사와 수많은 동료들이 옳지 못한 현실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와 동료들과 희망찬 미래에 대한 불같은 사랑으로 건설한 민주노조운동은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 휘청이고 있다. 예전에 민주노조운동은 아무리 소수였더라도 전체노동자계급을 대표할 힘을 갖고 있었고 그 힘의 원천은 당연히 ‘숫자’나 ‘세력’이 아니라 ‘윤리성’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네분 노동열사들처럼 전태일열사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은 전체노동자계급의 대의를 가녀린 몸으로 모두 받아 안았다.

세월이 흘러 제도권 내에 발판을 마련하고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할 형식은 어느 정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지금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미 양적으로 다수가 되어버린 비정규직과 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윤리성’과 순수한 영혼이 밑바탕이 되고, 그러면 의당 만들어지는 ‘양심들의 연대’가 ‘힘’으로 전화하는 민주노조운동을 목격했던 우리들에게 ‘숫자’와 ‘힘’만을 내세우는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우리가 그토록 이겨내고자 했던 이기심과 타산을 생각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자체가 슬픈 일이다. 전태일열사가 단 한명 있을 때도 전태일열사는 전체 천만노동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보여주었는데.....

나는 네분을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어쩌면 지금 나를 짓누르는 목의 통증과 어깨의 아픔은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니라 네분의 열사와 지난 세월 민주노조운동에 헌신해오신 모든 동료들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네분은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하셨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시대상황은 열사들에게 독재와 자본에 맞서 싸우는 고통과 동료들과의 분란으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궁핍한 생활의 고통까지 강제했다. 오두희 선배가 인터뷰과정에 ‘노동운동만 했지, 다른 것은 돌아보지못했던 세대’라고 말했던 그대로 네분은 모두 노동운동에 헌신하느라 대부분 어려운 살림을 감수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네분을 모두 안다.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의 선후배로서, 지역동지로서, 절친한 친구로서 80년대와 90년대의 전북지역에서 함께 호흡해왔다. 함께 한 활동공간에서 눈을 맞추어가며 직접 활동해본 적은 적지만 네분 모두가 짱짱한 힘으로 지역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기여해왔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박복실열사는 내게 노동운동을 가르쳐준 가톨릭노동사목 노동자의 집 선배로 내게 남아있고, 최순희열사와 김희철열사는 내게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의 지평을 보개해준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모여있던 ‘한마당’같은 전북대학교 문화패에서 활동했고, 박용규열사는 한때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방용승씨의 후배로 만났다. 모두가 한시대에 민주주의와 노동해방을 생각하며 전북지역에서 헌신했고, 특별히 김희철동지는 고통마저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도 지역노동운동의 선후배관계로 운명지워진 네분의 열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전북노동열사추모사업회의 요청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지역 민주노조운동과 열사들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분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아직 오지 않은 이상 우리가 진정으로 만들고자 했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으며, 어떻게 하면 만들어갈 수 있는지 다시 꿈꾸기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북노동열사추모사업회와 함께 간략하게나마 지나간 20여년을 돌아보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는데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이주철 활동가는 스스로가 건강을 조심해야하는 몸임에도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댄 나를 대신하여 장시간을 들여 세분의 열사에 대한 녹취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셨다. 전북노동열사추모사업회 운영위원장 박동진신부님과 유기만 사무국장은 편집과 인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박신부님이 추천하신, 익산 성오인쇄에서 일하는 최정례마틸다님은 참으로 정성을 기울여 교정을 보고 편집을 해주셨다.

노동열사들에 대한 자료집을 만드는 것조차 이렇게 수많은 동료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했고 참으로 좋았다. 하물며 지나간 한국사회, 전북지역의 20여년을 만들어온 수많은, 지금은 잊혀진 ‘동료’들은 얼마나 소중했던가? 앞으로 만들어갈 20년, 200년을 내다보면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양심’들은 또 얼마나 귀중하게 모셔야할 존재들이자 관계들인가?

인터뷰에 기꺼히 참여해주신 문정현신부님과 오두희선배, 김상배선배와 김지산·김강산형제, 문부산·문원산형제와 김혜경씨 모두 감사한다. 그리고 글을 싸달라는데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기꺼이 마음을 온전히 담은 글을 써주신 전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이철순선배와 전북여성노동자회 박영숙대표, 김희철동지의 아내 김연희씨에게 감사드린다.  

처음에 기획했던대로 일정이 추진이 되지 않아 인터뷰 꼭지를 미처 싣지못하게 된 박용규열사의 동료들에게 죄송하다. 대신 글을 보내주신 방용승씨와 남미영씨, 유연철씨등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그분들이 지나온 20여년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꼭지를 따로 써보고자했는데, 지역노동운동을 훓어보는 꼭지에 간간히 내용을 담는 방식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지역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노동열사들이 바라마지 않았던 새로운 시대의 전망을 제시하는 데는 필자의 능력이 부족했다. 이후에 전북지역노동운동사를 정리하는 과정에 꼭 담아볼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넘어가야할까보다.

봄이다. 지리산록에는 진달래꽃이 수수하게 빛을 내고 연록빛 이파리들이 산자락을 덮어가고 있다. 열흘뒤면 세계노동자의 인간됨을 선언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메이데이가 되고 우리들의 양심과 영혼을 깨웠던 광주민중항쟁의 그날이 다가온다.

비록 여전히 비정규입법이 우리들의 목에 칼날을 들이대고 신자유주의가 우리가 만들어놓은 권리조차 다시 빼앗아가는 우리시대에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노동해방열사들이 여전히 우리를 마음속으로부터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에 태어나 어느덧 죽을 수는 있어도 우리의 양심과 영혼, 그리고 새세상을 향한 열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2005년 4월 22일
제 115주년 메이데이 주간행사를 몇일 앞두고
백두대간 아래에서 조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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