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감히 이수호위원장님께 드립니다.2006.03.14 15:43 <편지> 감히 이수호위원장님께 드립니다. 저는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 부본부장 직책을 맡고있는 항상 남루하고 부족한 조문익이라고 합니다. 상근도 하지 않는 임원이어서 이런 편지를 드리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만 정책과 연대사업만을 때때로 돕는 비상근이어서 이수호위원장님이나 저희 전북본부 신동진본부장님을 비롯한 상근동지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함을 느낀다는 말씀을 변명으로 내놓고 말을 시작하겠습니다. 특히,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이 이렇듯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즈음에 저는 병을 칭하여 쉬고있는 지경이니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노동형제자매들에게 더더욱 죄송하고 부끄럽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혹시 제 편지가 민주노총에 오히려 누가 되지 않을까하여 편지를 하기전에 몇몇 분과 상의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10여년 가까이 지역본부에서 상근을 했고 지금도 상근하지는 않으나 임원직책을 갖고있어 현재 우리 앞에 닥친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고 무엇보다 위원장님께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이야기하고픈 마음이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도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는게 당연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다만, 실명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만...... 이수호위원장님과 많은 노동형제자매들께서 너그럽고 따뜻하게 받아주실 것을 믿고 바랍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지난 2월 1일의 대의원대회를 거치면서 고뇌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날 저녁 대의원대회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너무나 묵직했고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고야만 새벽 서너시경에는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통한의 아픔을 느끼면서 눈시울을 적시고야 말았습니다. 아침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타다준 꿀차를 마시면서 자신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보면서 낯뜨거웠다는 말을 듣고서 나직하지만 깊은 통곡을 하고야말았습니다.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아침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한방치료를 받고있는 저는 주섬주섬 일어나 아침에 전주로 나갔습니다. 회의도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달리던 버스에서 내려야했습니다. 속에 든 모든 것을 토했습니다. 쓴물이 다 나왔습니다. 그날 병원치료를 받고 회의도 하고 하는 하룻동안 내내 몸이 좋지않았습니다. 머리는 울렁이고 가슴은 통증이 계속됐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도 다시 하룻동안 먹은 음식 모두를 토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날 대의원대회를 보고 많이 분노하셨다고 말합니다. 저희 지역본부 홈페이지에도 많은 분들이 분노를 쏟아내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분노보다는 민주노총의 현실에 대한 개탄과 슬픔, 그리고 기아자동차노조비리사건, 정부의 쉼없는 비정규악법제정기도와 노조탄압기조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드러난 갈등양상이 겹쳐지면서 저자신에 대한 질책과 가슴아픔 밖에는 남지않았습니다. 십수년간 민주노조운동과 함께 민주주의운동의 길을 걸어왔고 다시 거의 십여년동안 민주노총 속에서 동고동락해온 저로서는 분노보다는 탄식이 앞섰습니다. 네가 만난 한 간부는 설 명절 내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자체가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동지의 말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날카롭게 비난하고 서로 비아냥거리는 말투들을 보았고 그것들은 모두 가슴에 깊이 박힌 칼날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수호위원장님과 집행부가 제출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사회적 교섭방침이 태생부터 잘못된 노사정위원회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섭은 필요한 것 아니냐, 정부가 2월에 비정규악법을 제정하는 것을 일단 막고 시간을 갖자.... 등등의 사회적 교섭방침을 지지하는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기억을 깨끗이 잊어버렸다손쳐도 이미 2년 넘게 진행된 노무현정부의 노동탄압, 그리고 최근 노무현정부가 표방한 제반 노동정책기조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과연 노무현정부가 대화할만한 상대인가?’ 하는 의구심을 해결해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와 구조조정 정책이 반노동자적이었고 대화를 진행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은 2003년 상반기의 대규모투쟁들과 11월부터 있었던 열사투쟁국면이 이미 확인시켜주었고 2004년 상반기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04년 하반기에 결국 이수호위원장님이 참석하던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불참하고 총파업까지 결의하게 된 것은 이러한 대중적 공감대가 만들어졌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교섭방침에 대해 저는 이미 지난달 31일 민주노총전북본부 정기운영위원회에서 회의가 마쳐질 즈음에 문제의식을 던진바 있었습니다. 제가 수년간 경험한 바에 근거하여 적어도 이수호위원장님과 집행부가 제출한 사회적교섭방침에서 가능성을 내비치고있는 ‘지역수준의 노사정교섭'은 말도안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전북지역의 경우 전북과 전주의 지역노사정협의회는 용어야 ‘사회적교섭’이라 칭하든 ‘사회적 합의’라 칭하든 매우 반노동자적인 역할을 해왔을뿐이고 겨우 노사정평화선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낯내기의 들러리, 심지어는 월드컵행사를 잘 치루기 위한 조역 정도로 밖에는 쓰이지 않았음을 잘알고 있었고 이는 지역본부에 애정을 갖고계신 동지들이라면 어느정도 느끼고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민주노총의 정책기획실 간부가 직접 참여한 경우도 있었던 몇차례의 토론회에서 이미 지역노사정협의회의 문제점을 누누이 주장하고 밝혔지만 지역본부 운영위원회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날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신 운영위원들께서는 일단 저의 진정성을 들어주신 것으로 저는 느꼈습니다. 특히, 사회적교섭 방침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시고 계신 신동진본부장께서도 “지역노사정협의회에 대한 조부본부장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씀까지 해주셨기에 저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내일 있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본부장님이나 대의원으로 올라가시는 동지들이 계시면 설사 사회적 교섭방침에 포괄적으로는 동의하신다해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지적해서 바꾸어주실 것을 주문한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있었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저는 저의 바램이 민주노총의 현실태를 너무나 잘모르는 ‘소박 그자체’라는 점을 확인해야했습니다. 조용조용한 문제제기 정도는 아예 전달되지도 않는 ‘의사소통의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민주노총을 목격한 것입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이미 수많은 주장들이 오고갔기에 구차하게 이렇다저렇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느끼던 민주노총의 내적 한계를 보다 뚜렷하게 느꼈기에 감히 한말씀드릴까합니다. 일단 저는 민주노총이 언제부턴가 토론을 회피하고 주장만하는 조직이 되어버렸나, 아니 주장도 하지 않고 다수결이라는 투표행위를 통해 결정만 하는 조직이 되어버렸나하는 ‘근본적 긴장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가능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원장님이 ‘논쟁중단과 표결강행’을 선포했던 상황은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고통스러울수도 있지만 치열한 토론과 피어린 우리들의 역사적 경험을 먹고 자랍니다. 저는 표결중심의 민주주의, 형식적 민주주의보다 그러한 형식을 도입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두환이 지배하고 있던 시절 각종 표결들은 우리 국민들의 진정한 염원들을 번번히 배신했습니다. 심지어는 전두환이 물러난 뒤인 8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표’들은 민주주의를 배신하고 전두환의 공범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습니다. 92년은 물론이고 민주노총의 역사적인 총파업이 김영삼정권의 독재성에 강력한 타격을 입힌 뒤인 97년에도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바램을 실현하는데 ‘투표행위’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토론을 하냔 말일다. 빨리 결정해버리자’는 주장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을 안하고 결정해도 별 문제가 안되는 안건이 있는가하면 토론을 안하고 결정하면 설사 결정이 된다해도 문제가 되는 안건이 있는 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96년 12월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와 2004년의 ‘대통령탄핵’, 우리 지역의 ‘부안방폐장문제’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대략 거쳐서 결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저항에 부딪쳤고 뒤집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이수호위원장님도 그러한 저항의 주역이셨을 것이니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민주노총의 사회적교섭방침이야말로 사전에 충분한 토론이 반드시 필요한 안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설사 사회적 교섭방침이 정당하다손쳐도 이 문제와 관련된 노동형제자매들의 입장과 견해가 충분히 피력되고 이러한 의견들이 집약되어 강력한 힘으로 전화되어야만 진짜 사회적 교섭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대의원대회와 이후 대처과정에서 이수호위원장님과 집행부는 ‘사회적교섭방침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노력’만 과도하게 기울이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적 교섭의 결과는 사회적 교섭에 찬성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는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아가 민주노총소속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노총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조가 없는 1200만 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에는 중소영세사업장과 800만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들어있습니다. 심지어는 사실상 아무런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신종 노동노예상태에 놓인 이주노동자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방침은 당연히 모든 노동자들에게 토론이 열려있는 안건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진행 세칙에 근거하여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물론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고려해야하는 첫 번째 요소는 그 결정이 영향을 미칠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는가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노동자민주주의에서 전제해야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동안 민주노총의 조직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오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제가 경험해본 바로도 민주노총의 대의원님들이 자신을 대의원으로 선출해준 단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그 토론에 근거하여 주장을 하시는 경우가 적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심지어는 연맹단위나 지역본부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중앙집행위원회조차도 안건이 상정되면 사전에 그 안건에 대해 해당 조직단위에서 미리 논의하고 그 결과를 갖고 안건토론에 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의원은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을 대신해서 대의원대회에 참석합니다. 그렇다면 그 대의원은 자신을 파견한 조직단위에서 그 안건과 관련한 토론을 거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무사항 아닐까요? 이수호위원장님. 저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시작한다 해도 노-사-정이 모두 참가하는 또는 그 이상의 주체들(예를 들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교섭의 틀을 상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노정교섭이나 노사교섭정도가 의미있는 교섭형태가 아닐까요? 그런데 일단 이수호위원장님과 집행부는 ‘노-사-정’ 모두가 참여하는 교섭의 틀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섭의 틀은 교섭의 필요성과 기본 룰을 인정한다손쳐도 경험상 기본적으로 노동(1) : 자본+정부(2)의 구도 아닙니까? 아니 좀더 생각하면 민주노총(0.5) : 한국노총 +자본 + 정부일수도 있구요. 사실 정체가 모호한 ‘공익’들을 한 주체로 대접하면 민주노총의 주장이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수용이 가능한가에 대한 계산 자체가 어려운 교섭의 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토의 없이 일단 결정하고 나중에 사회적 교섭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자는 주장조차 있으니 참 속이 탑니다. 지금쯤 민주노총내부의 진통을 지켜보면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통과돼도 좋고 안돼도 좋다. 결과적으로 저희끼리 치고박다가 자멸할 터이니 이아니 즐거울소야?” 하고 회심의 정보분석을 할 정부부처들과 청와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가슴이 답답한 노릇이지만 지난 해 ‘대통령탄핵’이 발생했을 때 ‘국민소환제’ ‘국민발의제’를 주장했던 우리 민주주의자들의 문제의식을 곱씹어보면 항상 그런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들도 해당 조직단위 조합원들에게 ‘통제’되는 조직운영이 노조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공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토론없이 표결로 끝장을 보자고 생각하신다면 대의원들은 그 안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아니면 1안이냐 2안이냐 정도에서 즉각 선택을 하는 것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그런 회의 결과가 안건 통과가 되면 그 결정은 진정 힘을 발휘합니까? 노조운동 하시다보면 잘 알게되는데, 어떤 경우는 절차를 거의 안 거치고도 위원장의 결단이라는 형식만 갖고도 충분히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습니다. 96년 12월 26일 권영길위원장은 총파업지침을 내렸고 전국의 노동자들이 최선을 다해 이를 따랐습니다. 심지어는 투쟁열기에 떠밀려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까지도 투쟁에 동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지침에 동의한 것은 심지어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었습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아마도 일부의 노조와 조합원, 그리고 노동단체들이 “충분한 토론을 거친뒤 조합원총투표로 사회적 교섭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 들으셨을 겁니다. 저는 그 의견을 제출하신 분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사실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면 ‘조합원총투표’자체 보다 ‘충분한 토론’입니다. 만약 우리 내부에서 서로의 문제의식이 충분히 논의되고 토론이 이루어졌다면 대의원대회로 가든, 총투표로 가든 그것은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의원 수준에서도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 주장만 내놓고 짱짱하게 버티는 수준이니 사회적 교섭안건 자체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어쨌든 위원장님이 사회적 교섭안건을 즉각 처리하는것에 몰두하지 말고 어떻게 내부논의를 잘해나갈까하는 고민으로 돌아섰으면 합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조금 지난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저는 위원장님이 작년에 노사정위원회에 복귀는 하지 않으셨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별다른 논의과정없이 참여하셨던 일을 기억합니다. 위원장님은 청와대, 경총, 스위스까지 거침없이 노사정대화를 시작하겼습니다. 저는 그때 이미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만 기회가 별로 없어 의견을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위원장님은 작년 9월21일 "쓰레기 같은 개악안이 있는 이상 사회적 대화는 의미없다"는 선언과 함께 총파업 결의를 끌어냈고, 하반기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가결시켰습니다. 위원장님이 사회적 대화가 하나의 신념이니 사회적 대화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제는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내부토론이 이루어지려나?하고 기다리는데 2005년 들어서자마자 ‘사회적 교섭 안건’이 상정되어버렸습니다. 별다른 논의없이 말이죠. 위원장님은 가끔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사회적 교섭을 주장한 내가 당선되었으니 토론은 충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문제에 관한한 노동자 내부의 대화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위원장님이 전교조 위원장 시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하여 NEIS가 교사들의 잡무만 증가시키고 감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하에서 정보인권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청소년들과 학부모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것도 기억합니다. 결국 당시 전교조가 정부의 NEIS방침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NEIS관련 주체들을 결집하여 초반에 대응하는 것을 제대로 못해냈기에 결국 2003년 NEIS를 둘러싸고 전교조를 비롯한 인권시민사회노동운동과 정부의 대규모갈등으로 이월된 거라고 저는 생각한 겁니다. NEIS건은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학부모, 전체국민 모두의 인권과 연관된 문제로서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음은 투쟁을 통해서야 나중에 드러나게 됩니다. 위원장님. 소신껏 일하시는 것은 참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러나, 조직내부의 다른 주체들과 별다른 대화없이 소신만 생각하고 처신하시다가 자칫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지켜야할 노동자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사회적 교섭안건을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그렇게 급한 것입니까? 2월 1일날 반드시 통과시켜햐했나요? 그날 대의원대회가 엄청난 파행과 고통을 겪고 무산된 후 설날이 낀 1주일을 빼면 겨우 열흘정도의 시간 밖에 없는데 왜 도대체 22일로 다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서 이 사회적 교섭방침을 강행처리해야했나요? 오히려 이수호위원장임과 집행부에 가해지는 ‘노무현정권 들러리’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교방방침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2월총파업투쟁에 일단 최선을 다하고 이후 사회적교섭방침을 논의하자”라고 확언하는 위원장님과 집행부를 기대한 것은 허망한 것이었나요?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가 만나본 다수의 중견간부들의 공통된 얘기였습니다. “왜 그렇게 급한지 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집행부 일각에서는 2월말에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악법을 통과시키려하는데 이를 일단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교섭방침이 통과되어야한다고 주장하신다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민주노총은 2월말 총파업투쟁방침을 갖고있기는 하지만 투쟁할 능력이 없으니 정부에 “사회적 교섭을 통해 비정규노동관련 입법에 대해 논의하자, 만약 비정규악법을 강행처리하면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방침을 철회하겠다”고 협박하여 2월처리를 막고 보자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럴수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해찬총리나 열린우리당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틀에 복귀하면 비정규입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는 않겠다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수호위원장님과 지도부에서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정부나 열린우리당의 멧세지가 아니라 민주노총 내외부의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아닐까요? 모든 비정규노동자를 포괄학도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대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연대조직인 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법개악 저지와 권리입법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에 나설 것을 민주노총 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연대회의는 “법개악 저지와 권리입법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의 최선봉에 설 것을 결의”했습니다. 지금 현재 민주노총 내부에 파업동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 비정규입법을 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비정규악법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결의를 조직해내고 단결을 강화하는 것 아닐까요?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민주노총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정리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가요? 이수호위원장님. 22일 대의원대회에 다시 상정된 다른 안건을 보면서 저는 또다시 암담함을 느낍니다. 바로 이수호위원장님에 대한 불신임 건입니다. 저는 1일날의 대의원대회장에서 이수호위원장님의 안건처리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이수호위원장님의 퇴진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자고 주장하는 조합원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것 밖에 못하냐. 너무한다. 이수호는 못마땅하다. 자격없다. 퇴진해라”는 이야기가 물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사회적 교섭 안건’을 폐기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지, 대의원대회에 이수호 당장 물러가라고 이수호위원장의 불신임 건을 상정하자고 졸랐을까요? 저는 불현듯 노무현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이전 자신의 대통령 직책을 걸고 ‘도박정치’를 하던 정치정세를 돌아보게합니다. 탄핵은 당했지만 노무현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부활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님, 다시한번 강조하건데 많은 노동자들은 이수호위원장의 탄핵건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수호위원장님의 능력에 회의를 느낀 노동자들은 보다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2월투쟁을 앞둔 시점에서, 더더우기 기아자동차노조 비리사건, 민주노총 대대 건등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감지하는 이때에 이수회위원장의 퇴진건이 공식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적어도 위원장 탄핵건이 현시점에 논의되는 것은 비정규악법저지투쟁이나 2005년 임단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수호위원장님. 그렇듯이 사회적 교섭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위원장 내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신다면 사회적 교섭안건에 대한 토론은 적어도 선거이상의, 투표이상의 문제, 즉 노동운동전략 수준의 문제로 보고계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진정으로 조합원들과 깊이있는 토론과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회의를 진행하시다가 자꾸만 의결정족수나 확인하는 수준의 형식적민주주의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노동운동전략 수준의 문제라면 말입니다. 10여년동안 민주노총이 진행해온 민주노조운동전략, 또는 20녀년동안 진행해온 지노협-전노협과 업종회의등의 민주노조운동전략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면 보다 깊이있는 고민거리로 다루어져야 했지 않았을까요? 겨우 1차례의 대의원대회로, 다 참석해도 800명에 못미치는 인원, 더더욱이 그날 400여명도 안되는 숫자가 끝까지 남아 다수인 200여명 정도가 찬성하면 우리 노동자들의 운명을 가름할 새로운 노동운동전략이 탄생될 뻔했던 것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저는 그날 약간 무리수를 써서라도 안건처리를 막아 악명(?)을 날린 전노투등의 행동에 ‘서글픈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수호위원장님. 저는 이수호위원장님이 항상 주장하시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받아들일만한 지점이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노동자내부의, 민주노총 내부의 대화와 내부합의과정이 전제되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아마도 그것에다가 상대방 - 자본가조직, 정부등등 - 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태도들도 중요한 추가요소가 될 것입니다만 일단 내부의 대화에 대해서만 말씀드려볼까합니다. 물리학자인 봄(Bohm)이라는 사람이 제시한 ‘대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세가지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정을 잠정기간동안 유보하고 타인의 건설적인 비판과 질문, 그리고 관찰기회를 제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의 가정이 틀렸기 때문에 포기하거나 추상성으로 도약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결론도출과정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나 기회를 제공하고, 공개적인 검증과정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둘째, 대화에 참가하는 모든 팀 구성원들을 동지로 생각하여야한다. 팀구성원들은 더욱 심층적인 통찰과 분명한 진리탐구를 위해 호혜적인 도움을 교환하는 동료로서 인식할 때 대화가 성공할 수있다. 셋째, 대화과정이 원활히 전개되기 위해서는 대화의 맥막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대화촉진자(faciliator)가 확보되어야한다. 능숙한 대화촉진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대화가 쉽사리 토론으로 발전하여 팀 구성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대화촉진자는 팀 구성원이 대화과정과 대화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도록 도와주고, 팀구성원을 적극적으로 대화과정에 참여시키며, 대화주제를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지식경제시대의 학습조직> 유영만, 74쪽) 갑자기 뜽금없이 대화 이야기를 해대니 의아스럽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도 우리 노동자들의 대화나 토론과 똑같은 경우는 아닌 느낌이 듭니다만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참고할만한 명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전후하여 일부의 조합원들이 ‘분파주의’니 ‘종파주의’니 하면서 전노투등 대의원대회를 물리적으로 막은 조합원들에 대해 ‘이제 그들은 노동자도 아니다’ ‘잘라버리자’고 말하는 것에서 섬뜩함을 느낍니다. 우리 민주노조를 지켜온 따뜻한 신뢰와 애정이 보이질 않는 대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나와 물을 뿌린 조합원들의 분노와 좌절과 슬픔을 몸으로 공감하지만 왈칵 동의하지는 않는 면이 있습니다. 역시 신뢰와 애정이 저만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갈등의 중심부에 대화촉진자로서의 의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의장으로서의 이수호위원장님이 보여주어야할 대화촉진자로서의 역할이 확실히 필요했고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상황인데 위원장님의 ‘토론중단 표결강행선포’는 그나마 마음속에 품고있던 최소한의 신뢰와 동지적 예의마저 저만치 내보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아무리 격론이 벌어져도 대화촉진자로서의 의장은 자기입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가 잘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합니다. 그런데 이수호위원장님은 그런 역할을 지금 제대로 못해내시고 있습니다. 이제 지금이라도 제자리로 돌아오실 것을 간곡히 바란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노동자민주주의운동의 현재태로서의 민주노총이 보다 성숙한 노동운동으로 거듭날 것을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저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학교이자 학습조직”이라는 옛 명제를 믿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지난 20여년동안 노동자들의 민주주의학습을 진행해오는 동안 노동자들의 사회적 역량은 날로 성장하여왔습니다. 이제 옛날에는 상상할수조차 없었던 민주노총의 합법화와 양적 성장,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등 계량적으로도 확인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므로, 위원장님. 우리는 노동자민주주의의 현재진행형 학습조직인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번에 겪은 사회적 교섭논란과정의 내부진통을 통해 노동운동과 한국사회를 보다 깊이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되길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을 믿습니다. 우리 노동자민주주의는 앞선 선배조직들을 모시고 있듯이 민주노총을 경과하여 보다 발전한 새로운 총연맹으로 나아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진실을 실현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2007년에는 복수노조금지조항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조항이 힘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노동자 전반의 임금과 고용과 건강, 사회복지제도와 노조활동등 모든 수준에서 노동자와 가족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비정규노조연대회의에서는 최근 상황을 돌아보면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 논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정권과 자본은 현장의 투쟁하는 동지들에 대한 극심한 탄압을 가하고있다”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 “2월 15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및 2월 22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만사를 제쳐두고 전면적인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고 준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은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조합원 총회 결의에 의거하여 민주노총 지도부가 즉각 총파업 돌입을 위한 태세로 전환하고, 상임위 통과가 예상되는 2월 23일부터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촉구합니다!“라는 호소에 마음이 기웁니다. 지금당장 총파업투쟁 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우리 노동자들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대의원대회장에서의 또 한번의 물리적 충돌을 기다리는 것은 민주주의운동의 옛동지였던 한겨레신문까지 가세한 계급적이고 상업적인 하이에나 부르조아언론들과 정부부처와 청와대일 것입니다. 위원장님도 느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민주노총의 내적 붕괴를 기대하고 있고 이를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돌파하고 밀고나갈 때 기적은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이 대의원대회의 재파행 또는 사회적교섭틀로의 복귀를 예견하고 있을 때 민주노총이 탁월한 민주주의역량을 발휘하여 활발하고 역동적인 내부토론과 신뢰를 통해 생기발랄하고 장중한 새 면모를 보여줄 때 민주노총은 현재의 난국을 어쩌면 투쟁으로 돌파할 수도 있고, 어쩌면 대단한 교섭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단 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 주장처럼 사회적교섭방침에 대한 강행처리방침을 유보시켜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위원장님. 저희 노동자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껏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이제 우리 민주노조가 진정으로 민주노조답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합니다. 하소연하듯이 하고 싶은 말들을 널어놓다보니 다소 길어졌습니다. 아마도 상당기간동안 마음 불편하셨고 때로는 잠도 주무시기 힘들었을 이수호위원장님께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리며 위원장님께서 위원장님의 고심에 찬 입장에 대하여 반대하는 노동형제자매들조차도 그 결론이 아니라 그 문제의식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주는 노동운동의 진정한 지도자로 나서주실 것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미력하지만 진짜로 지역을 바꾸어나갈 노동운동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적극 토론하고 실천하겠습니다. 건강한 심신과 행복한 활동 함께하시기를! 2005년 2월 17일 새벽 민주노총전북본부 정기대의원대회일에 남루한 노동자이자 부족한 한 사람이 보냅니다.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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