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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리] 박장우 선생님은 먹고사실만한가요?

2006.03.11 13:49

참소리 조회 수:1122

박장우 선생님은 먹고사실만한가요?
지역일간지 한 칼럼을 읽고

  
2003-11-19 08:13:18


저는 박장우선생님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전라일보를 우연히 보다가 박장우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박장우선생님이라는 분을 통해 지역언론의 상징적 계급성을 보게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한계급'입니다.

박장우선생님은 우리 노동자들의 손배가압류철폐와 비정규직 차별 철회를 위한 투쟁을 '이른바 동투(冬鬪)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비교적 우리 노동자들의 요구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디야'정도의 반응이 아닌 것은 너무나 다행입니다. 저희들이 죽어라고 싸운 이유가 전달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차별철폐 투쟁은 '동투의 명분'?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한 주장이 저희들 '동투'의 명분정도는 아닙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이 마치 '명분'을 적장히 내세우고 투쟁을 기획하는 집단인 것처럼 선생님은 적장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저희가 그러한 요구를 한 것이 명분을 세우는 것일까요? 저희는 이번 '겨울투쟁'에서 그러한 주장을 갑자기 하게 되었을까요?

민주노총은 2003년 1월에 있었던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003년 투쟁요구로 10대과제를 설정하였고 그중에는 2003년 하반기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손배가압류, 직권중재등 노동탄압 분쇄, 국민연금 개악저지와 사회보장제도 개혁,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3대요구로하는 내용이 모두 들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기억해내기는 힘들지만 2002년에도, 2001년에도 그러한 요구사항은 당연히 들어있었을 것입니다.

왜냐? 그것이 바로 노조운동을 파괴해온 주범이었고 수많은 노조원이 노조를 버리게 만든 주범이었고, 수많은 노조원과 가족을 파괴하여온 주범이었기때문입니다. 없던 손배가압류가 갑자기 2003년 10월 17일날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없던 비정규직차별이 갑자기 10월 26일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2003년 1월 9일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철회를 외치며 분신하였고 노무현대통령당선자는 당시에 이 잘못된 제도 바꾸겠노라고 떠들어댄바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당시 노무현대통령후보는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주장했고, 2003년 상반기에는 ‘정규직들과 민주노총이 자기 이익만 지키느라 비정규직들의 권리를 전혀 지켜주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박장우선생님은 지난 몇년동안의 이러한 '잔혹극'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2003년 1월에 있었던 새해 벽두의 '대사건'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갑자기 겨울투쟁의 명분'정도로 떠올랐다고 기억해냅니다. 아마도 11월 6일과 9일의 노동자와 경찰의 대격돌?이 그나마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문제'를 알게해준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이 얼마나 '한가한 세월'입니까? 박장우선생님처럼 '어느정도 아실만한 분'들의 집단적 기억상실증은 우리 노동자들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알만한 분들의 '무관심'이 우릴 더 힘겹게 합니다

박장우선생님은 또 말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노조투쟁으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대책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분신자살을 한 노조간부들은 오랫동안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장우선생님은 ‘정상적인 노조투쟁‘과 ’극단적인 방법‘을 비교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을 은근히 비판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아니라 바로 선생님처럼 ’알만한 분들‘의 무관심입니다.

자신의 무관심을 슬그머니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바꿔치기하는 기술은 ’한가하신 분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 점을 저희 노동자들도 감각적으로 압니다. 노동자들과 정부가, 부안군민들과 정부가 다툼하고 있으면 ’한가하신 분들‘은 말합니다. ’둘다 문제다‘ ’둘다 잘못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당연히 문제제기한 노동자들이나 부안군민에 대한 탄압으로 돌아옵니다. 노동자들이나 부안군민들은 경찰, 검찰과 감옥과 재판소를 갖고 있지 못하니까요. 우리 노동자들은 정부를 탄압할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가끔 규탄하고 가끔 항의하는 정도의 집회나 시위를 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관심을 기울여주는 그것을 소임으로 삼는 언론‘들은 종종 노동자들의 요구와 ’정상적인 노조투쟁‘에 대하여 ’노조가 나라를 망친다‘ ’경제도 어려운데 또 그짓이냐‘ 심지어 몇 년전에는 ’가뭄에 파업이라니?‘하고 비난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거의 전달하지 않는 ’의도적 무관심‘을 조작하여왔습니다. 박장우선생님처럼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국민의 무관심‘에 대하여 걱정하기 전에 ’자신들의 무관심‘을 돌아보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방법’이라는 온건한 말씀으로도 노동자를 죽일수 있습니다. 악심품고 돌을 던질 수도 있고 장난으로 여흥삼아 돌을 던질수도 있지만 돌에 맞으면 개구리는 죽ㅅㅡㅂ니다. 노골적으로 노조알레르기에 걸린 ‘자본가환자’ 노릇을 피하시는 박장우선생님의 은근함에 감사하지만 그런 은근함에 대하여 감사할만한 여유가 없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립니다.


노동자들은 '영생의 존재'가 아닙니다

다시 박장우선생님이 말씀합니다.

“노조투쟁이 일년 열두달 쉬는 날도 없이 전개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지 그게 걱정일 뿐이다. 노조운동도 국민들의 지지속에 힘을 얻는 것인데 행여 노조만의 투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참으로 고마우신 걱정입니다. 그러나, 박장우 선생님. 그누가 일년열두달 쉬는 날도 없이 노조운동을 하고 싶겠습니까? 손배가압류가 겨울 한철이라도 가해지지 않았더라면, 비정규직차별이 여름 한철이라도 피해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자본가집단 전경련이, 자본가대변자 노무현 정부가 가을 한 철은 손배가압류도, 비정규직차별도 없게하라고 지침을 내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박장우 선생님. 노동자들은 생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 한철은 죽었다가 다음 계절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 영생의 존재가 아닙니다. 지난 몇 년동안 그야말로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은 시도때도없이 젊은이에게나 늙은이에게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작은공장이거나 큰 사업장이거나 가리지 않고 가해져왔습니다. 도대체 쉴수가 없었습니다.
1년이면 2450시간을 일하는 나라. 과로사와 산재발생률과 산재사망률이 세계최고인 나라. 최근 몇 년동안 생산성=노동강도가 140%나 높아진 나라. 사회복지제도는 엉망이어서 출산률은 1.17로 가장 낮고 자살자 숫자는 하루 36명으로 세계최고수준인 나라. 가계파산과 가족동반자살이 즐비한 나라에서 노동자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자결하신 노동자들은 그 ‘죽어가는 수많은 국민’들중의 하나일뿐입니다.

박장우선생님.

박장우선생님이 걱정해마지 않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노조만의 투쟁’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박장우선생님이 ‘노조만의 투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알아 보도해주시고 이에 대하여 지지해주는 것’입니다. ‘유한계급’으로서의 관전평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박장우선생님.

‘철이 든다’는 표현이 ‘때를 알게된다’는 뜻이라고 배웠습니다. 지금은 어떤 때일까요? 지금은 노조투쟁에 대하여 ‘계절을 가려서 투쟁하라’고 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장우선생님은 손배가압류가 계속되어야한다고 보십니까? 비정규직 차별이 계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이 사람죽이고 노동자죽이고 그 가족을 죽이는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차별과 노조탄압이 중단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양심에 손을 얹고 선택하고 말해야합니다.

지금은 바로 양심있는 우리 모두가 열과 성의를 다해 손배가압류철폐와 비정규직차별철폐를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입니다. 한가한 관전논평말고. 신사인척하는 중립말고.


- 2003년 11월 19일 새벽에, 중앙성당 노동탄압중단 요구 노동자시국농성장에서, 민주노총전북본부 비상대책위원장 조문익



노조투쟁과 춘하추동
박 / 장 / 우 / 칼 / 럼 (전라일보 2003. 11. 19)

지천명을 코앞에 두고있지만 박정희시대에 학업을 마친 탓인지 집회나 시위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당시에도 유신반대를 외치는 데모가 간혹 벌어지곤 했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지방에선 구경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그때는 데모하다 적발되면 처벌도 엄했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 걱정 때문에도 쉽게 참여하지 못하던 분위기였다.

자라보고 놀랄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당시에는 웃기지도 않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해서 몇 달 지나지 않아 동기 중 하나가 군에 가게 돼서 송별식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학교 앞 막걸리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됐는데 한참 때라 참 많이도 마셨다.

거나하게 취한 우리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에 들어가 큰 소리로 노래부르며 돌아다녔는데 학생처에선 데모나 하지 않나 해서 비상이 걸렸던 모양이다. 우리학과 교수가 학생처장을 맡고 있었는데 급히 달려와서 자초지종을 묻고는 "미친 ㄴㅗㅁ들,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하고 노발대발했다. 데모가 발생하는 학교의 책임자도 잘못했다간 신세 조지는 경우가 허다했던 게 당시다.

그렇다고 내가 보수적인 사고에 젖은 사람만은 아니다. 한때는 노조 일도 볼 정도였으니까 최소한도 중간자쯤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노조의 시위나 주민들의 집회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기성세대에 대해 가끔 고개를 좌우로 해보는 나다.

그런데 집회나 시위가 일상화되다 시피 한 요즘에 와서는 나 자신도 왠지 짜증부터 난다. 몇 년 전만 해도 육성으로 하는 데모였는데 지금은 고성능 확성기까지 동원된다. 대부분의 집회들이 전북도청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만 인근에 있는 상가는 물론 민간 사무실도 집회가 끊날 때까지 시끄러운 소음에 진절머리를 앓아야 한다. 조용한 데모로는 이제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고강도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달 들어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철회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가 전국적인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노동계는 사용자측의 손배가압류 조치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철회하라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비정규직 차별철회를 한데 묶어 이른바 동투(冬鬪)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계의 이번 동투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 된 손배가압류는 노동자 개인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지만 임금조차 압류되는 최악의 상황도 초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노조간부들이 분신 자살하는 막다른 선택에 내몰릴 정도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하기 힘든 면도 없지 않은 법규인 듯 싶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노조투쟁으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대책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분신자살을 한 노조간부들은 오랫동안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제 정상적인 제스처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에 둔감해진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걱정인 것이다.

지난 88년부터 봇물을 이루기 시작한 노조운동은 한때 봄철 임금인상 시기에 집단행동이 집중돼 춘투(春鬪)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정부나 사용자측도 한때 춘투를 어떻게 넘기는가가 최대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 노조운동이 지금은 사시사철 투쟁으로 변모했다. 용어자체도 언제부터인가 하투(夏鬪), 추투(秋鬪)하더니 급기야 동투(冬鬪)도 등장한 것이다. 일년 열두달 투쟁하는 나라가 된 듯한 느낌이다.

노조투쟁이야 할 것이 있으면 계절에 관계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손배가압류는 충분히 투쟁에 나설 수 있는 명분도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노조투쟁이 일년 열두달 쉬는 날도 없이 전개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지 그게 걱정일 뿐이다. 노조운동도 국민들의 지지속에 힘을 얻는 것인데 행여 노조만의 투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리듬과 가락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강약이 있어야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힘있게 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음으로만 음악이 진행된다면 듣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소음에 불과하게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강한 운동이 더욱 힘을 얻기 위해서는 조용할 때는 평소보다도 한층 평온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투쟁할 때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노조운동만 그런 것이 아니라 농민운동, 시민운동, 주민운동 모두 마찬가지 이치가 아닐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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