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봄날은 간다.

2006.03.11 13:53

소나기 조회 수:1186

봄날은 간다.


이틀동안 비가 내리더니
정자나무 옆 매화꽃 이파리들이 많이 흩어졌습니다.
소리도 없이 다가온 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담벼락 산수유들은 여전히 단아하고
뒷산 진달래는 붉은 자태 아름답지만
미처 보아줄 일없이 그렇게 보냈습니다.
시절이 없으면 사람도 없는 것
사랑이 없으면 운동도 없는 것
아마도 허랑하게 시간만 보냈나 봅니다.
봄을 아쉬워하는 것은 아직 빗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시간에 목말라 눈물 축이는 장닭들만이 아닙니다.
제대로 못산다 싶어 새벽에 눈뜨고
아이들 가녀린 손가락들 매만지는
사랑에 목마른 모든 생명들은 그렇습니다.
바그다드에도, 해창갯벌에도, 우리 동네 산외(山外)에도
아직은 어질어질한 희뿌연 포연(砲煙)속
그리움을 아는 사람들은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2003. 4. 9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