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올 해 가을이 유난히 슬픈 이유

2006.03.11 13:30

참소리 조회 수:903

올 해 가을이 유난히 슬픈 이유
수 없이 반복되는 허물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가을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는 정말로 서리가 허옇게 내렸다. 원래 가을을 타는데..... 요즈음은 더 슬프다. 세상에는 왜 이리 슬픈 일이 많을까? 지난 이십여년동안 헛살은 것만 같다.

오수초등학교 학생들과 새만금

오수초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신문기사가 나를 슬프게 한다. 오수초등학교 3학년 학생 60여명이 지난 21일, 부안 새만금 전시관에서 ‘새만금성공 기원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오수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80여명은 이날 ‘새만금은 전북의 발전’ ‘새만금은 환황해권중심지’등의 문구가 새겨진 새만금 기초석을 한자리에 쌓는 기원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참으로 슬프다. 아이들이 새만금을 모를리는 없다. 그러나, 아마도 이날 행사는 아마도 아이들이 모자라나마 학급회의를 진행하고 주체적인 생각으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새만금이 좋다. 새만금이 완공되어야 전북이 산다”는 수준의 제한적인 내용이었을 것이고, 그들을 인솔한 선생님들과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장선생님이 더 많이 알려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날 이들이 모은 기초석은 2.7키로미터를 남겨놓고있는 끝물막이 공사에 사용될 것이지만, 지금 계화도의 어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2.7키로미터 공간을 막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며 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알았을까? 계화도는 가보았을까?

군산핵폐장기장 유치 찬반투표와 민주주의

11월 2일은 군산지역의 핵폐기장 유치 찬반투표일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는 이미 끝난 것 같다. 당일 투표장에 가 투표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서 따로 투표에 참여하는 부재자투표율이 무려 39.6%이니 나머지 주민들은 얼마나 적극 참여하랴. 국책사업추진단은 90%이상의 찬성률을 목표로 삼고있다고 한다.

문제는 부재자투표의 70%정도가 공무원, 이장, 통장등이 개입한 부정선거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1/3 이상의 주민이 참여하여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 당첨(?)되는 3000억원짜리 이번 로또투표는 유난히 전근대적인 투표행위들이 많이 등장한다. 수 없이 증거가 포착되고 비디오로 촬영까지 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투표는 진행한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가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찬성전단에 동원된다. 정치인을 뽑는 투표하고는 얼마나 다를까? 독재자를 선출해왔던 체육관 선거와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기고, 20여년동안 만들어온 민주주의는 얼마나 손상당할까? 군산과 전북과 민주주의는 11월 2일, 시일야방성대곡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집과 박복실열사, 그리고 일본의 동지들

11월 9일이면 오사카에 있는 노동자형제자매들이 전북에 온다.
16년전 교류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고통과 기쁨을 나누어온 노동자들은 여장을 익산노동자의 집에 풀고 싶어한다. 그러나, 올해는 아마도 익산 노동자의 집에서 안심하고 잘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노동자의 집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노동자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전주교구에서 노동자의 집의 활동에 대해 몇 가지 제약을 가하고자 한다는 얘기를 들은지 오래다. 전주교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몇몇 노동사목도 문을 닫았다고 들린다. 사실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노동자행사를 제한한다든지, 활동비를 이십몇만원 수준으로 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가톨릭과 노동사목 내부의  문제일수도 있으니 내가 담당신부에게 무어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닐 게다.

분명한 것은 지난 25여년동안 천주교 창인동성당과 노동자의 집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전북지역노동운동의 한 장이 소멸된다는 사실이고, 박복실열사를 추억할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곧 일본에서 오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운동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집이 가톨릭 전주교구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님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어찌 소박한 노동자의 집이 잘 지어진 아파트 민박이나 호텔보다 좋겠냐만 일본의 노동자들은 화장실이 고장났을 때조차 노동자의 집에서 자는 것을 오히려 더 편안해하였다. 고향이란 몸의 편안함이 아니라 마음의 편안함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던가?

2005년에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는 노동자의 집에서 잘 수 있을 줄 알았고 지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지금은 슬프다.
    
민주노총과 세 차례의 암담함

강승규수석부위원장이 구속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교토 우토로마을에서 돌아오던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 비치된 신문을 보고 알았다.

암담했다. 오사카와 교토에서 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자 동포로서 우리는 일본노동자들과 교포 1, 2, 3세 그리고 우토로주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과분했지만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자 간부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비행기 안에서 나는 추락했다.

조끼를 입고 비행기를 탄 것이 자못 부끄러웠다. 자꾸만 왼쪽 가슴의 민주노총 로고를 누가 쳐다보지 않는지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곧바로 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갓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래도 민주노총이니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자기위안이 실낱만큼 생겼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던 날과 다음날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직무정지상태에 들어간 이수호위원장이 직무정지를 풀고 하반기투쟁을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정했다는소식이 들려왔다. 두 번째 암담이었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달리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설사 위원장이 잘못하지는 았았어도 공동의 책임을 지는 자세가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현재로서는 투쟁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내부의 믿음 아닐까하는 마음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사건 발생 열흘정도가 지나 열린 민주노총전북본부 운영위원회는 - 간담회처리 되기는 했지만 - 현재 사태가 매우 엄중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만약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중앙집행위원회 이후에 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하되, 만약 총사퇴가 이루어지지않으면 민주노총전북본부 산하의 각 단위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모아 지역본부 운영위에서 책임있게 논의하자고 결의했다. 대신 수많은 의견을 제출하지 말고 내일 발표를 기다리자고 했다.

결국 이튿날 민주노총은 임원진이 총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수호집행부는 사퇴하기 직전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15명중 3명을 선별하여 사직처리했다. 대신 현집행부의 대변인이었던 한 상근자는 금속연맹 파견에서 민주노총 특별채용으로 전환했다. 세 번째 암담이었다.

노선이 문제였던 것인가? 선별사직처리된 세명의 동지들은 모두 내가 전노협-전북노련 시절에 알았던, 그리고 민주노총 창립과정에서 온몸으로 헌신했고 능력도 탁월했던 동지들이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어찌 12명이 선별복귀 명명을 받아들여 민주노총으로 복귀할수 있었겠는가? 나는 이번 사건은 노선문제와 무관하게 민주노조운동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상근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을 정파수준으로만 받아들인 이번 마무리가 나를 더 암담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단풍은 단지 처절하게 낙엽지는 준비과정일 뿐인가보다. 더 나가면 더 힘들 것 같아 이만 중단한다. 가을은 슬프다.

- 조문익(장수논실마을운영위원, 참소리 운영위원)




2005-10-25 06:09:53   조문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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