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참소리] 존경하는 O선배님께 (2)

2006.03.11 13:45

참소리 조회 수:901

존경하는 O선배님께 (2)
인류의 양심, '반전운동'과 '삼보일배'


2003-04-02 21:54:32  


선배님.

밖에는 참새들이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포성 가득한 이라크에도 한켠에서는 아침이면 새들이 지저귀겠지요. 아이들은 곤하게 잠들어있는 새벽입니다. 산자락 끝으로 여명이 희뿌연하게 올라오는가 봅니다.

옛문명의 향기가 흘러내려야할 유프라테스강가에서 미군의 진격이 일단 멈추고 전쟁이 장기화되리라는 이야기가 나오나 봅니다.

1주일이면 아라비안나이트의 고장 바그다드를 접수하고 다시 2주일이면 전쟁을 대강 마무리하겠다던 서슬푸르던 미군의 발표가 어설펐나봅니다. 미국내부에서도 야전장교와 군사전략가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고 중동지역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에 등을 돌린 데다가 인접국 시리아는 공개적으로 이라크국민을 지지한다는 발언까지 해버렸답니다. 미군이 진입하면 공화국수비대는 네이팜탄과 열화우라늄탄과 토마호크아래 백기를 들고, 이라크 민중들은 성조기를 들고 미군을 해방자로 맞아들일 것이라던 예전의 에너지자본가이자 오늘날의 미국대통령 부시와 예전의 에너지회사 사장이자 오늘날의 미국의 실세 부통령 체니의 호언장담은 유례가 없는 세계민중의 반전투쟁열기에 파묻힌듯합니다.

이제 미군은 순교폭탄테러를 의심하여 민간인 차량임이 분명한 승합차에 발포하여야하는 순간에 이르렀습니다. 10여만명을 증파하고 애초에 계획했던 무기사용량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여름까지 전쟁이 계속된다면 애꿎은 이라크민중의 목숨은 더 참혹하게 되겠지요.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미국의 전쟁

O선배님.

저는 결국 미국이 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미국내부의 많은 군사전략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군사적으로는 승리할지라도 정치적으로는 패배"하기 시작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군사적으로 승리하기에도 너무나 난관이 많습니다. 이라크 다음에 시리아나 이란을 미국의 영향력아래 두겠다는 구상이 너무나 명확해지고 있는 이 때 계기만 주어진다면 시리아나 이란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무장된 쿠르드'와 '독립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무장된 쿠르드를 너무나 싫어하는 터키'간의 충돌은 항상적으로 예고되고있는 이라크북부의 사정입니다.

남부항구 옴카스르를 장악하기 위해 자국 특수정예부대를 대거투입하고도 움카스르의 운영권을 미국이 미국자본가에게 일방적으로 넘겨버린 것에 분개하면서 전쟁이 끝난뒤 미국의 이라크독식을 우려하는 영국과 미국간의 예고된 갈등. 미군이 이라크를 장악한뒤 새로운 유전지대 카스피해를 넘보려는 것에 반발할 것이 뻔한 중국과 러시아. 사담페다인과 부족민병대같은 게릴라의 활동이나 이라크 민중들의 반미감정의 고조등은 사실 공화국수비대중심의 사담후세인정권을 넘어서는 군사적바리케이트로 작용할 것입니다. 공화국수비대가 괴멸되어도 바그다드나 바스라에서의 시가전이나 사막지대에서의 유격적이 계속되면 미국은 치명적인 군사적 타격을 받을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미 미국에 등을 돌린 OPEC국가들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 독일등 유럽국가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고 미국이 무시한 UN은 물론 허깨비가 되겠지만 반대로 '반미적 UN'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생겼고,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 민중들의 반전반미투쟁은 날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미국의 '정치적 패배'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임마누엘 윌러스타인은 전쟁에서 미국이 이기든 지든 미국의 헤게모니체제는 붕괴될 것이고 붕괴되는 방향으로 나아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저는 짧은 경험이지만 한국현대사에서 해도 너무한다싶은 정치집단이 반드시 몰락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아왔습니다. 전두환, 노태우가 그랬고, 김영삼, 김대중이 그랬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미국의 헤게모니체제가 겨우 50여년된 체제이고 이것은 미국이 지키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그럴만한 능력을 가져야 유지되는 것인데 겨우 말도안되는, 최소한의 요식행위도 거치지 않은 전쟁을 해서야 유지되는 것이라면 그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국익'을 설득하지 못한 우리의 '가슴'

O선배님.

그렇지만 저는 걱정이 있습니다. 미국의 몰락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있는지 생각해보면 갑갑하기조차합니다.

지난 3월 1일 남한의 깡보수우익들은 10만여명이 총궐기해서 '미군철수반대'를 외쳤습니다. 이제 파병반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도 하겠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말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 한국민중들이 아직 절절하게 이라크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우리아이들의 죽음으로 받아안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가족을 잃은 슬픔을 우리의 슬픔으로 받아안지 못하고 있음을 가슴아파합니다.

심지어 '국익'운운하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이라크 사람들이 죽는 것은 불쌍하지만 우리라도 살아야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미국요구대로 파병할 수 밖에 없다'라고 태연하게 말합니다. 자신들을 욕하지 말아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설득이 안될 정도로 우리의 가슴이 덜 아픕니다. 아직 멀었나봅니다. 제 자신이 아직도 한참 멀었나 봅니다. 폭탄에 다리뼈가 아스러진 손녀아이를 부여안고 흐느끼는 노인네의 사진을 보며 그 찢기어 나간 다리뼈 마디마디가 똑같이 아프지 않고서야 어찌 '국익'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은 곧 망할 것 같은데 미국 이후를 준비해야할 우리들이 가장 이기적이고 가장 비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못이겨낸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쓰다보니 아침이 다 되었습니다. 이따가 다시 쓰겠습니다)

반전투쟁은 인류의 양심에 가장 가까운 반폭력실천행동

존경하는 O선배님.

인류가 인류를 멸절시키기 위한 조직적 폭력으로서의 전쟁을 보고있는 지금 저는 만약 인류가 제정신이라면 인류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얼마전 참소리에 출연한 한 미국인이 자기도 미국인지만 부시의 행위는 부끄러운 것이다라고 고백하였을 때 바로 그것이 진실일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하여보면 '폭력'이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모릅니다. 거기에다가 엄청난 힘을 갖고있는 조직된 폭력으로서의 '국가폭력'은 얼마나 진저리쳐지게 무서운 것인지....

칸트는 "모든 폭력을 중화(中和), 즉 소멸시키는 폭력으로서의 반폭력(反暴力)만이 인정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정당방위로서의 '대항폭력'조차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체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폭력'은 그 선의는 인정하더라도 자칫 비겁자의 구호가 되고 현존하는 폭력에 굴종하게 되니 안된다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반폭력만이 인류의 저항에너지의 분출형태로서 승인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고뇌하는 폭력, 슬픈 폭력,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폭력만이 존재가능한 폭력으로서 있을 수 있다면 저는 지금 부시와 미국의 전쟁을 중단시키고자하는 인류에너지로서의 반전투쟁을 인류의 양심에 가장 가까운 반폭력실천행동으로 받아들입니다.

삼보일배는 '극한에 이른 반폭력실천행동'

존경하는 O선배님

지난 28일 해창 갯벌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수행을 떠나신 문규현신부님, 수경스님, 이희운목사님, 김경일교무님등 종교인들의 새만금간척사업 일단중단요구투쟁을 저는 '극한에 이른 반폭력실천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거기에 갔다온 후배 한분이 여러차례 눈물을 흘렸음을 고백하였습니다. 저도 마음이 내내 무거웠습니다. 자신을 이기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겨내고자하는 수행에 이른 투쟁이 저는 반폭력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네분의 전사(戰士)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시간나는 대로 함께 따르고 싶습니다만 지금 우리들은 일단 지금 서있는 현장에서 반폭력투쟁을 전개합니다. 전쟁반대 파병반대투쟁을. 촛불을 들고, 때로는 격한 구호를 내걸고, 사람들에게는 폭력으로 들릴지라도 앰프출력을 높여서. 때로는 거친 욕설로, 때로는 격려로. 우리는 사람이기에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지금 있는 현장에서 다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이 4월 2일 아침 국정연설에 나와서 "미국이 북한에 폭격을 한다는데 어쩌자는 것이냐. 우리 힘이 없으니 일단 미국말대로 파병이라도 해주어야 한반도평화 부지라도 하겠더라" "한미관계 갈등이 불거지면 돈빼겠다는 데 어쩔 것이냐. 당장 한국경제 무너지는데 별수없이 미국말 잘 들을 수 밖에 없고 파병해야겠더라"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만 남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노무현'

저는 취임 1달밖에 안된 노무현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는 잘못했습니다. 그분은 미국과 초국적자본의 몰상식한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그 폭력을, 그 폭력의 구조를 폭로하고 한국민중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힘을 모아 대처해나가는 것이 '노무현'다운 길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특히, 그는 잘못했습니다. 그는 결과적으로 한국민중들의 힘과 인류의 열망을 과소평가했고 깡패들의 협박을 신뢰하였습니다. 더욱이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염원을 '폭력적으로' 깔아 뭉갰습니다. 몇차례 상의라도 했었어야할텐데 그는 그것도 하지않았습니다.

그가 그나마 이전의 위정자들보다 나았던 점은 반전운동을 탄압하지는 말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 '반폭력'의 힘을 발휘해야할 시점에 '비폭력'의 계교를 써서 비굴해졌고, 이라크민중들의 '대항폭력'을 짓밟는데 공모하는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노무현은 대통령만 남고 역사속으로 일단 사라졌습니다.
      
존경하는 O선배님.

이라크와 이슬람민중들 몇천명이 가슴에 폭탄을 안고 자살순교테러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분들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잘 압니다.

눈물로 그분들을 쳐다보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 전쟁이 빨리 끝나도록 반전투쟁 열심히 하는 것이외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민중 학살에 저항하여 폭탄을 안고 순교테러를 한 팔레스타인 대학생 여성의 일화를 TV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눈물흘렸드랬습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이 가슴아픈 전쟁이 끝날지...바로 그제께 나쟈프에서 미군에게 민간인 일가족이 몰살당했습니다. 바로 어저께 앗시리야에서 탈출하던 15명의 한가족이 미군 아파치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몰살당했습니다. 가족의 꿈도, 행복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증오와 복수가 뒤를 잇는 폭력과 야만의 시간입니다. 평화로 이르는 유일한 길. 반폭력의 꿈을 가만히 꾸어봅니다. 반폭력정신으로 무장된 민중들과 함께 폭력의 지뢰를 이 푸른 지구에서 걷어내는 꿈을 꾸어봅니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며, 꽃향기를 맡으며 깔깔거리면서 이야기나누는, 계산하지 않고 선물만 하면서, 사는 것이 곧 축제인 우리의 평등평화연대의 새세상을 지금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반폭력투쟁을 하는 이시간이 바로 평화의 시간임을 믿습니다. 절절하게.

몇일 뒤에는 김제로 달려가 문규현신부님들의 뒤를 따르며 망둥어의 고요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참, 몇일전 노조 전쟁반대교육에 애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2일 조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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