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편지>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에게(1987.4.13)

2006.03.16 06:47

광장 조회 수:1315

사뭇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네.
이 때쯤이면 매년 터져나왔던 구호나 최루탄 폭발음도 들리지 않는데 오히려 더욱 학교에 다니기가 힘이들어지네.

저 재잘거리는 群衆들! 대체 무엇이 저렇게 즐거울까.
70여명의 학우- 그들의 친구들이 연 7일째 단식농성을 하며 서명교수 승진 누락에 대해 해명과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탈진해가고 있는데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독재자가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최대의 수단은 무관심과 무지라고 생각하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이기심을 최대한 가동시킴으로서 자신을 유지해 나간다는 진리는 어쩌면 그렇게도 정확한지.

올해는 신입생들의 질이 사뭇 달라졌네.
성적이 올라가 똑똑한 녀석들은 많아진 것 같지만 운동은 커녕 良心이라는 말에서도 赤色을 연상하고 두려움에 떠네.

작년보다도 훨씬 심각해졌어.
그렇게 생각되네.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점차로 발전해나가는 한국자본주의 구조는 결국 대학-쁘띠층-을 자신의 종복으로 복종시키리라는 것.
결국 학생운동이 문제제기집단으로서 기능하는 것도 서구의 경우처럼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

반대로 민중은 더욱 힘차게 자신을 단련시켜 갈 것이네.
며칠 뒤 생일이라고 해서 올라올 것 같아서 그러지 말라고 편지한(집에 없을 테니까)
후예를 건강하게 양성한다는 사명감을 잊지말게.
오늘은 우리에게 깃발을 높이들고 진군하길 요구하고 있지만 미래는 우리의 극복을 바랄 것이네.

내 최대의 생일선물은 형과 형수 모두 건강할 것. 그 건강함이 이땅의 미래를 건강하게 하는 것.

건투!!

4320. 4. 13  月. 愚第  

-풀빛 한국민중사 1,2를 구입해서 보았으면 하네.
나는 빌려서 봤네. 내일부터는 농성에 들어갈까 하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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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510-71
조문익
전북 익산군 오산면 오산리 서오산 부락

받는 사람
580-81
조창익 선생님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일로여자중학교